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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좋은 소식부터 말하는 이유: 인정 욕구와 관계의 신호

좋은 소식을 엄마에게 먼저 말하고 싶은 마음을 관계의 반응 경험으로 살펴봅니다.

약 6 분 읽기

합격 문자를 받자마자 엄마 번호부터 누르는 이유

합격 발표를 확인한 순간, 이직 제안서에 서명한 날, 작은 공모전에 붙었다는 메일을 연 오후. 친구 단톡방보다 먼저 엄마 번호를 누르게 되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반대로 좋은 일이 생겨도 엄마에게 말하기 전에 한참 망설이는 사람도 있죠.

어느 쪽이든 이 행동 하나로 효도를 하는지, 엄마에게 의존하는지, 애착 유형이 어떤지를 판정할 수는 없습니다. 먼저 말하고 싶은 마음 뒤에는 보통 몇 가지가 겹쳐 있거든요.

  • 어릴 때부터 좋은 일이 생기면 엄마에게 먼저 말하던 습관

  • 예전에 엄마가 크게 기뻐해 준 기억

  • "이제 어떻게 하면 돼?" 하고 현실적인 조언을 기대하는 마음

  • 그동안 걱정을 끼쳤으니 이제 안심시켜 드리고 싶은 마음

  • 그리고 무엇보다, 누군가 같이 기뻐해 줄 때 기쁨이 진짜가 되는 느낌

마지막 이유는 심리학에서도 꽤 오래 연구해 온 주제입니다.

기쁜 일을 나누면 기쁨이 커진다는 연구

1994년 Langston은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그걸 남에게 말하거나 축하하는 행동을 '자본화'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좋은 사건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한 번 더 굴려서 불리는 것에 빗댄 말이에요. 일기 연구에서 사람들은 좋은 일을 누군가에게 알린 날, 사건 자체의 크기를 감안해도 긍정적인 기분이 더 높았다고 보고했습니다.

10년 뒤 Gable과 동료들(2004)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갔습니다. 대학생과 연인들을 대상으로 여러 연구를 했는데, 좋은 일을 나눈 날 긍정 정서와 삶의 만족감이 더 높았고, 특히 상대가 적극적이고 따뜻하게 반응해 줬을 때 그 효과가 더 커졌어요. 연구진은 제목을 "일이 잘 풀렸을 때 당신은 무엇을 하나요?"라고 붙였습니다. 나쁜 일에 어떻게 기대는지만큼, 좋은 일을 어떻게 나누는지도 관계에서 중요하다는 뜻이었죠.

다만 이 연구들은 주로 미국의 대학생과 연인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부모와 성인 자녀 사이에 그대로 옮겨 적용된 결과는 아니니, "이런 경향이 있다" 정도로 받아들이는 게 맞습니다.

엄마의 반응은 네 가지로 나뉩니다

Gable 연구팀은 좋은 소식을 들은 사람의 반응을 두 기준으로 나눴습니다. 적극적인가 소극적인가, 그리고 기쁨을 키우는가 깎는가. 그러면 네 가지가 나옵니다. 예를 들어 "엄마, 나 이번에 팀장 됐어"라고 말했다고 해 볼게요.

적극적으로 기쁨을 키우는 반응. "어머, 진짜? 어떻게 된 거야? 너 요즘 고생한 거 알아주나 보다. 기분 어때?" 관심을 보이고, 되묻고, 그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같이 짚어 줍니다.

소극적으로 기쁨을 인정하는 반응. "그래, 잘됐네." 틀린 말은 아닌데, 대화가 거기서 멈춥니다.

적극적으로 기쁨을 깎는 반응. "팀장이면 책임만 늘고 월급은 얼마 안 오르는 거 아니니? 몸 상하지 않게 조심해." 걱정이 진심이어도, 기쁜 소식이 바로 문제 목록으로 바뀝니다.

소극적으로 무시하는 반응. "그래? 근데 너희 이모가 말이야…" 소식 자체가 지나가 버리죠.

Gable, Gonzaga, Strachman(2006)이 연인 79쌍의 대화를 녹화해 분석했을 때, 좋은 소식에 대한 반응은 나쁜 소식에 대한 반응보다도 관계 만족이나 이별 여부와 더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습니다. 첫 번째 반응을 받은 사람은 이해받고, 인정받고, 보살핌받는다고 느꼈고요.

엄마들이 세 번째 반응을 자주 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좋은 일 뒤에 올 수 있는 위험을 먼저 떠올리는 게 부모의 오래된 역할이니까요. 문제는 의도가 아니라 타이밍입니다. 축하가 오기 전에 걱정이 먼저 오면, 기쁨은 확인받기도 전에 줄어듭니다.

말하기 전에 망설여진다면 이유를 먼저 보세요

반대로 좋은 소식을 엄마에게 전하기가 망설여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직 소식을 전했더니 "연봉은 얼마나 올랐니?", "거기 안정적인 데 맞아?"가 먼저 나온 경험이 몇 번 쌓이면, 다음 좋은 소식은 한참 뒤로 미루게 되죠. 아직 확정도 안 된 일이 친척들 사이에 먼저 퍼졌던 기억이 있어도 그렇습니다.

이럴 때 스스로를 "엄마한테 정 없는 자식"이라고 몰아세울 필요는 없어요. 기쁨이 줄어들 걸 예상하면 말을 아끼는 건 자연스러운 방어입니다. 인정과 연결감은 같은 게 아니라서, "잘했다"는 말을 들어도 마음이 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스스로 점검해 볼 질문입니다.

  • 좋은 소식을 전하고 나면 주로 어떤 기분이 남나요? 안도감인가요, 긴장인가요?

  • 엄마의 반응 중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는 무엇인가요?

  • 말하기를 미룬 적이 있다면, 엄마의 어떤 반응을 피하고 싶었나요?

  • 조언이 필요한 소식과 그냥 같이 기뻐해 줬으면 하는 소식을 구분해서 말하고 있나요?

원하는 반응을 한 문장으로 미리 말하기

좋은 소식에도 작은 경계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소식을 꺼내기 전이나 직후에 한 문장만 덧붙여 보세요.

  • "좋은 일이 있어서 제일 먼저 말하고 싶었어. 오늘은 그냥 같이 기뻐해 주면 좋겠어."

  • "축하해 주는 건 고마운데, 걱정은 내일 들어도 될까? 오늘은 기분 좋게 있고 싶어."

  • "아직 확정 전이라 다른 가족한테는 말하지 말아 줘."

  • "이건 조언이 필요한 얘기야. 엄마 생각을 듣고 싶어."

마지막 문장처럼, 오히려 조언이 필요한 소식이라면 그렇다고 말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엄마 입장에서는 지금 축하를 원하는지 조언을 원하는지 알기 어렵거든요. 신호를 주면 엄마도 헤매지 않습니다.

방향을 바꿔서, 엄마가 좋은 소식을 전할 때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한번 떠올려 보세요. 예를 들어 엄마가 "나 요즘 수영 다니는데 25미터를 쉬지 않고 갔어"라고 했을 때, "그래, 좋네" 하고 넘어가기 쉽잖아요. 여기에 "우와, 얼마나 걸렸어? 처음엔 못 갔다며"라는 질문 하나를 더하는 것만으로 반응이 첫 번째 유형으로 바뀝니다. 연구에서 말하는 좋은 반응은 대단한 말이 아니라 관심을 보이는 질문 하나에 가깝습니다.

엄마와 나는 얼마나 공유하는 사이일까

좋은 일을 제일 먼저 엄마에게 말하는 사람도, 한참 뒤에 지나가듯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더 좋은 관계라고 할 수는 없어요. 사람마다 편한 공유의 거리가 다를 뿐입니다.

엄미새 테스트: 나는 엄마와 얼마나 가까울까?는 10문항으로 나와 엄마 사이의 거리를 선 긋는 독립형, 적당한 거리 현실형, 실시간 공유 절친형, 엄마 껌딱지형 중 하나로 보여 줍니다. 좋은 소식을 바로 나누는 편인지 골라서 나누는 편인지 떠올려 보는 계기 정도로 쓰면 좋아요. 가족관계를 진단하는 도구는 아니니 결과는 가볍게, 대화의 출발점으로만 쓰세요. 요즘 20대가 엄마와 일상을 더 많이 나누게 된 배경은 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좋은 소식을 나눌 때마다 모욕이나 통제, 위협이 반복된다면 대화법으로 풀 문제가 아닙니다. 연락 자체가 두렵다면 혼자 설득하려 하지 말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나 전문가, 지역 지원 기관의 도움을 받으세요.

누구에게 먼저 말할지에 정답은 없습니다. 내 기쁨이 줄어들지 않고 커지는 쪽을 고르면 돼요. 다음에 좋은 일이 생기면, 말하기 전에 오늘 듣고 싶은 한마디를 먼저 떠올려 보세요.

출처

  • Gable, S. L., Gonzaga, G. C., & Strachman, A. (2006). Will you be there for me when things go right? Supportive responses to positive event disclosure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1(5), 904–917. (연인 79쌍 대상 관찰 연구입니다.)

  • Langston, C. A. (1994). Capitalizing on and coping with daily-life events: Expressive responses to positive event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67(6), 1112–1125.

엄마와 딸, 친밀함과 경계

7편 중 1편
  1. 01 엄마에게 좋은 소식부터 말하는 이유: 인정 욕구와 관계의 신호
  2. 02 엄마와 통화하고 나면 지치는 이유: 관계를 끊지 않고 경계 세우기
  3. 03 엄마가 서운해할까 봐 내 마음을 미루는 사람들
  4. 04 엄마랑 단짝인 딸들이 놓치는 것
  5. 05 Enmeshment 뜻: 정서적 밀착과 건강한 친밀함의 차이
  6. 06 엄마랑 여행하면 싸우는 이유: 출발 전 합의 3가지와 대화 예시
  7. 07 엄미새 체크리스트: 엄마와의 친밀함을 돌아보는 8가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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