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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년의 부모 동거: 취업·주거와 자립의 문제

고용·주거 통계는 부모 동거를 보여줄 뿐, 정서적 친밀함을 직접 측정하지 않습니다.

약 6 분 읽기

취업 준비가 길어지고 월세와 보증금이 무겁다면, 독립은 멋진 계획이라기보다 꽤 비싼 결심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 20대가 엄마와 자주 밥을 먹고, 힘든 날 제일 먼저 엄마에게 전화한다고 해서 곧장 '부모 의존'이라고 부르기는 어렵습니다.

요즘은 이런 모습을 스스로 '엄미새'라고 부르며 웃어넘기기도 하죠. 밈으로 소비되는 말이지만, 그 뒤에는 꽤 현실적인 숫자들이 있습니다.

독립이 늦어진 건 숫자로도 보여요

통계청(현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를 보면, 15~29세 청년 고용률은 46.2%로 1년 전보다 0.7%포인트 내려갔습니다. 학교를 마친 뒤 첫 임금 일자리를 얻기까지는 평균 11.3개월이 걸렸고요. 졸업하고 1년 가까이 소득이 불안정하다면 집을 나와 월세를 내는 선택은 자연스럽게 미뤄집니다.

주거 쪽 숫자도 비슷한 방향을 가리킵니다. 국무조정실이 2024년 발표한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서 만 19~34세 청년의 54.4%가 부모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그중 구체적인 독립 계획이 있다는 사람은 38.0%였어요. 같이 사는 청년 열 명 중 여섯 명쯤은 아직 나갈 계획을 세우지 못했거나 세우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국제 비교도 있습니다. OECD는 '한눈에 보는 사회 2024' 한국 편에서 한국 20~29세의 부모 동거 비율을 81%(2020년)로, OECD 평균을 50%(2022년)로 제시했습니다. 기준 연도가 달라서 같은 해의 격차로 읽기는 어렵지만, OECD는 안정적인 일자리와 주거에 닿기 어려운 환경을 함께 짚었습니다.

이런 흐름은 '엄미새'라는 말을 받아들이는 방식에도 묻어납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2026년 가족관계 인식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8.5%가 '엄미새'라는 말을 알고 있었고, 20대는 63.0%로 가장 높았습니다. 응답자의 60.0%는 경제 불안이 이 현상을 키우는 것 같다고 답했고, 확산 이유로는 '취업·경제 불안'(34.5%, 복수응답)이 가장 많이 꼽혔어요. 다만 이건 민간 리서치 회사가 진행한 조사라 전 국민을 대표하는 통계로 보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느낀다'는 인식 자료로 읽는 편이 정확해요.

같이 사는 시간이 길어지면 관계도 달라집니다

스물여섯 살 취업 준비생을 예로 들어 볼게요. 스터디를 마치고 집에 오면 엄마가 저녁을 차려 두었고, 식탁에서 오늘 면접 이야기를 합니다. 엄마는 딸의 불안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보고, 딸은 엄마의 갱년기나 직장 고민을 옆에서 듣습니다. 이런 시간이 몇 년 쌓이면 두 사람이 '친구 같은 모녀'가 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죠.

같이 사는 시간은 친밀함을 키우지만, 부딪칠 일도 늘립니다. 귀가 시간, 연애, 진로에 대한 한마디가 잔소리처럼 들리는 날도 있고요. 엄마 입장에서는 걱정이 앞서고, 딸은 이미 성인인데 아직 아이 취급을 받는 기분이 들 수 있습니다. 가까움과 갈등은 한 집 안에서 같이 자랍니다.

엄마 쪽 사정도 예전과 다릅니다. 지금 20대의 엄마 세대는 스마트폰과 SNS가 익숙하고, 여행이나 취미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경우도 많아요. 딸과 같은 카페에 가고 같은 드라마를 보며 대화할 거리가 많습니다. 딸이 엄마와 가까워진 데는 딸의 사정만큼 엄마의 변화도 한몫했다고 보는 게 공평합니다.

그리고 같이 살면 '돌봄'이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습니다. 딸이 엄마의 병원 예약을 대신 잡아 주고, 키오스크 주문을 도와주고, 부모의 스마트폰 설정을 만져 줍니다. 경제적으로는 부모가 딸을 돕고, 일상에서는 딸이 부모를 돕는 식이죠. 이런 주고받음이 쌓이면 관계는 '보호자와 자녀'에서 '서로 기대는 두 어른' 쪽으로 조금씩 옮겨 갑니다.

어른이 된 딸이 엄마에게 더 기대는 이유

퇴근길에 속상한 일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엄마에게 전화를 거는 사람이 있습니다. 성인이 된 뒤에도 이렇게 가까운 게 너무 의존적인 건 아닐까, 스스로 걱정하기도 하죠.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의 카렌 핑거맨 교수는 성인 자녀와 부모가 주고받는 지원, 연락, 감정을 오래 연구해 왔습니다. 핑거맨 연구팀이 2012년 발표한 연구에서는 부모에게서 일주일에 여러 번씩 경제·조언·정서 지원을 받는 '집중 지원' 상태의 성인 자녀가, 그렇지 않은 자녀보다 심리적 적응과 삶의 만족을 더 높게 보고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당사자들도 그 지원을 '좀 많다'고 느꼈다는 점이에요. 미국의 성인 자녀 592명(평균 23.8세)과 부모 399명을 조사한 연구라 한국에 그대로 옮기기는 어렵지만, 부모에게 기대는 것이 곧 적응 실패는 아니라는 점은 보여 줍니다.

그렇다고 가까운 관계가 늘 편한 것도 아닙니다. 핑거맨이 1996년 평균 76세 어머니와 평균 44세 딸 48쌍을 인터뷰한 연구에서는, 서로 아끼는 모녀 사이에도 간섭받는 느낌, 소외감, 상대가 자기 몸을 잘 돌보지 않는다는 걱정 같은 긴장이 나타났습니다. 애정만 있는 관계는 없어요. 고마움과 짜증, 걱정과 미안함이 한 관계 안에 같이 들어옵니다.

좋은 유대감은 결국 이런 모습에 가깝습니다. 내 선택은 내가 하되, 흔들릴 때 마음을 꺼내 보일 수 있는 관계. "엄마는 어떻게 생각해?"와 "엄마가 허락해야 해"는 한 끗 차이 같지만, 관계의 무게중심이 전혀 다릅니다.

가까움과 의존은 어디서 갈릴까

경제적 지원과 정서적 친밀함은 함께 있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지원이 선택권을 가져갈 때예요.

예를 들어 부모 집에 살면서 생활비 일부를 지원받는 직장인이 있다고 해 봅시다. 이 사람이 이직이나 연애 같은 결정을 스스로 내리고 부모에게는 결과를 알려 주는 식이라면, 같이 산다는 사실은 경제적 선택일 뿐입니다. 반대로 따로 사는데도 매주 엄마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못 정한다면, 주소가 달라도 심리적으로는 독립하지 못한 상태일 수 있고요.

그래서 이런 질문으로 스스로 점검해 보면 좋습니다.

  1. 지금 부모와 사는 이유를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나요? (돈, 거리, 돌봄, 그냥 편해서 등)
  2. 독립을 원한다면, 그걸 막는 게 돈인가요 아니면 엄마의 반응인가요?
  3. 생활비나 집안일을 어느 정도 나누고 있는지 서로 합의한 적이 있나요?
  4. 엄마가 반대해도 내가 해 본 결정이 최근 1년 안에 하나라도 있나요?
  5. 엄마에게 기대는 만큼, 나도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있나요?

지금 나와 엄마 사이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가볍게 보고 싶다면 엄미새 테스트(Mom-BTI)를 해 봐도 좋습니다. 10문항으로 선 긋는 독립형부터 엄마 껌딱지형까지 네 가지 중 하나로 알려 주는 재미용 테스트예요. 결과가 '의존적이다, 아니다'를 판정하지는 않으니, 엄마에게 결과를 보여 주면서 서로 생각하는 거리를 맞춰 보는 대화 거리로 쓰면 됩니다.

엄미새는 불안의 결과일까, 새로운 관계일까

'엄미새' 현상에 경제 불안이 영향을 준 건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가족문화, 성향, 형제 수, 부모의 나이와 건강, 집안 사정이 사람마다 다르게 섞입니다. 권위적인 부모-자식 관계가 옅어지면서 친구처럼 지내는 모녀가 늘어난 면도 있고요. 2026년 5월 광주일보 기사에서 김미경 광주대 교수는 전통적 가족주의와 권위주의가 약해지면서 가족 간 친밀감이 덜 위계적인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그러니 "요즘 애들은 독립을 못 한다"는 말도, "엄마랑 친한 게 최고"라는 말도 절반씩만 맞습니다. 이 관계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지, 그리고 독립을 원할 때 선택할 여지가 있는지. 그 두 가지가 있다면 엄마와 가까운 20대는 불안의 부산물이라기보다 어려운 시기를 같이 건너는 한 팀에 가깝습니다.

출처

  • OECD (2024). Society at a Glance 2024 – Country Notes: Korea.
  • 통계청(현 국가데이터처). 「2025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 2025년 7월 24일 발표.

엄마와 딸을 둘러싼 문화

4편 중 2편
  1. 01 엄마 동결건조 밈은 무슨 뜻일까?
  2. 02 요즘 청년의 부모 동거: 취업·주거와 자립의 문제
  3. 03 요즘 브랜드가 엄마와 딸을 함께 보는 이유
  4. 04 엄마랑 성수동 가면 생기는 일
캥거루족20대 취업난부모 의존도청년 경제불안엄미새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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